신라의 도시로 여행을 다녀오다
기록장
2024. 2. 10. 00:48
안녕하세요 블로그 칀님들... (이 글을 볼 누군가에게 바치는 인사)
이번엔 앗싸리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절친한 친구 두 분과 1박 2일로~!
경주는 진혼기의 도시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진혼기를 안 읽었습니다. 다음엔 꼭 읽고 가겠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곳에서 경주는 그리 멀지 않은 도시라 굳이 1박 2일을 할 필요까진 없긴 하지만...
친구 한 분께서는 멀리서 오셔서 묵고 가신다기에 양해 구하고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신라의 도시하면 볼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요... 첨성대? 동궁원?
요즘 젊은이들은 다 황리단gil로 가더라고요...
거기가 시외버스 터미널이나 역이랑 제일 접근성 좋고 가깝긴 합니다
볼 만한 유적지나 박물관은 많은데,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쉽지 않아 택시를 타야 합니다.
그래서 전 신라의 도시에 갈 때마다 황리단에서 뭐 먹은 기억밖에 없습니다.
기억이 현재로 구현되는 과정을 보고 계십니다.
빈속으로 도착해서 그런지 가자마자 배가 고팠습니다. 일단 양식집에서 파스타 한 판부터 때립니다.
제가 먹은 건 마늘쫑 볶음 파스타였는데 맛있었어요... 매콤하댔는데 그렇게까지 매콤하진 않았습니다.
원래 밥 먹고 카페 가서 싹 내려줘야 한다고 합니다.
카페 가서 딸기케이크에 딸기라떼도 먹었습니다.
친구들과 오밀조밀 붙어 앉아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지만... 그렇지만... 솔직히 가성비는...
이게 여행지가 아니었다면... 만약 우리 동네였다면... 이 카페 안 갈 것 같아 너무 비쌌어
그래도 여행 기분이니까 흔쾌히 먹어줍니다. 좋았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그림도 그렸어요.
아이패드 쓸만한 건 알았는데 프로크리에이트가 진짜 좋아보이더라고요...
여행 가서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니.... 저와 친구분들은 어쩔 수 없이 손을 가만둘 수 없는 오타쿠였던 겁니다.
많이 먹었더니 배도 부르고, 관광지도 즐길겸 해서 주변을 걸었습니다.
신라의 도시는 정말 어딜 가든 무덤이 있고 유적이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거주민이라면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 같네요...
사실 첨성대는 벌써 2년간 n번째로 봅니다. 그래도 인증샷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날 날씨가 흐려서 사진도 좀 꾸리꾸리하게 찍혔습니다.
걸으면서 생각한 건데... 첨성대 근처의 흙은 관리자들만 밟아봤겠죠?
색이 다른 저 공간으로 넘어 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만 2천만원의 벌금과 문화재 훼손이 두려우므로 상상만으로 남겨둡니다.
첨성대와 대릉원 (안에 천마총 있음) 은 정말 거리가 가깝습니다. 걸어서 3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그럼 또 걸어줘야겠죠...
신라의 도시는 피크민 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산책겸 느긋하게 대릉원을 걸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가족이랑 같이 와도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무덤 앞까지 가볼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미추왕릉에서 하입 보이를 불렀습니다...
대릉원에서 끊임없이 최신곡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주더군요.
땅 안에 묻혀 계신 조상님들이 아마 저보다 최신곡을 많이 알고 있을 겁니다.
커즈아아아 아 노유왓유라익보이
열심히 걷고 나면 뭐다?
밥탐
한식집에 갔습니다. 다른 메뉴는 친구분들이 시키신 육회입니다.
저는 육회를 잘 먹는 편이 아니라 찌개를 시켰는데... 바지락 치즈 순두부찌개? 뭔가 그런 이름이었습니다.
아니 찌개에 무슨 치즈인가 싶었는데 맛이 있어서 이상했습니다...
오히려 잘 어울려... 정말 뭐였을까?
요즘 유행하는 퓨전 한식이라는 거였겠죠?
어쨌든 잘 먹고 남은 시간은 친구분의 숙소에서 술을 마시고 (저는 안 마심) 길거리 음식을 사와 먹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신라의 도시에 올 때는 항상 covid-19가 유행하던 시기였기에 길거리 음식이란 걸 사먹은 기억이 없는데...
황南옥수수 정말 제 취향이었어요. 달콤하고 짭짤한데 약간 바삭한 식감과 칠리 소스까지...
이걸 왜 진작 안 사먹었을까? 후회됩니다. 제가 사는 도시에도 갈매기옥수수 이런 거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타코야끼도 16알 정도 포장해왔는데 맛있었어요.
하루종일 뭔 먹는 얘기밖에 안 하네
하지만 여행이란 건 원없이 먹는 거니까...
드디어 음식 말고 할 얘기 생겼다!
둘째날은 여행 처음 목표였던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를 감상했습니다. 사실은 이것 때문에 경주에 가기로 했던 거랍니다.
같이 온 친구분 중 한 분도 이것도 볼 겸해서 오신 것 같더라구요.
작가 개인전이 아닌 원화 전시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경험 자체가 저에게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시간이 많이 지나서 갈라진 캔버스라든지, 유화 터치가 조명 때문에 빛나는 걸 보고 있으니 신기하더라고요.
에칭 기법을 쓴 그림도 그동안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이 전시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많이 알게 되어 뿌듯합니다.
몇백년간 집대성한 예술을 1시간만에 후루룩 눈에 담고 나오는 행위... 전시 관람이란 사실상 웹툰 10분만에 보기, 소설책 1시간만에 읽기와 별 다를 것이 없는 행위 아닐까요? 시공간의 가성비가 장난 아닙니다.
이런 테마가 있고, 시대가 나눠진 예술 작품이 있는 전시라면 나도 미술관 큐레이팅을 하면서 BGM을 고르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진짜 내가 잘 할 수 있는데... 나도 맡겨주면 안물안궁 예술가 음악으로 뽑을 자신 있는데...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가 분명 존재하겠죠? 반쯤은 농담입니다.
반은 진심입니다. 이런 전시에서 제가 고른 음악을 한 번은 틀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설문조사에 좋았냐고 꼭 물어봐야지
전시를 봤다?
걸었다?
그럼 뭐다?
식사지~
요건 신라의 도시에만 있는 건 아니고, 체인점 버거집인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가격 대비 이 정도면 훌륭한 볼륨과 맛입니다.
황리단 와서 거의 최초로 지불한 가격과 내용물이 맞는 음식이었습니다... ^^
여행지라 그런 건지 물가가 미친 건지 전체적으로 '맛있지만 맛보다 더한 가격' 이 많았어서 다시 생각해보니 슬프네요...
물론 여행할 땐 비싸니 뭐니 하는 걸로 푸념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 씁니다.
그 순간 제가 잘 먹고 즐거우면 된 겁니다.
이 햄버거 나중에 한 번 더 먹으러 가야겠네요.
할 일도 재밌는 얘기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니 사람의 흥미가 체험관으로 향합니다.
전날 대릉원 근처를 걷다가 발견한 반지 공방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반지를 직접 만들 수 있다고?! 짱이잖냐!!!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까... 일단 힘들었습니다. 쇠 두드리듯이 순은을 미친듯이 망치로 두들겼습니다.
죽어라 이누야샤!!!!!!!!
반지 크기를 조정하고, 표면을 고르게 사포질하고, 동그란 모양이 되도록 깎는 과정 하나하나가...사실상 공정이지 않나?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공예하는 사람은 못 될 것 같습니다.
되더라도 반지는 못 만들겠습니다. 이거 진짜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가 꼬질꼬질해진 걸 가지고 갔더니 전문가가 예쁘게 깎아주더라구요.
짜잔~ 그렇게 완성된 반지입니다.
우와!!! 무광에 큐빅에 각인까지 옵션 넣었습니다. 그리고 꼬임이에요.
반지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고, 실물을 착용해서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지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은반지라 그런지 너무 비쌌습니다.
돌이켜보니 웃을 수 없는 가격이었습니다...
여행은 과소비를 웃음으로 바꿔주는 신묘한 마법임에 틀림이 없네요.
반지도 만들었고, 잠깐 비는 시간에는 다시 카페를 갑니다. 여기는 화과자 카페였습니다.
차도 맛있었고 화과자도 귀엽고 맛있었어요. 앙금이라 전체적으로 달긴 했지만 그건 화과자의 DNA, 화과자의 운명 같은 거니까...
별채에 앉아서 쉬고 먹으며 힐링했습니다.
그러고나니 돌아가기까지 또 시간이 빕니다.
이번에는 친구분들의 추천으로 교촌 (교촌치킨 할 때 그 교촌인지 모름) 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유명한 한옥마을이래요.
저희가 갔을 때는 시간도 조금 늦었고, 영업을 안 하는 요일이다보니 특별히 체험할 거리는 없었지만~
월정교가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가 조금씩 질 시간이라 태양이 빛나는 풍경을 보았는데, 강변이지만 그리 춥지 않고 좋았습니다.
물이 콸콸 흐르는 곳은 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걸까...
월성교는 밤에 보면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도 좀 애매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걸었습니다.
그럼 이제 또 밥입니다.
전체적으로 '맛있지만 비싸' 라는 생각이 드는 황리단gil의 음식점들...
저녁으로 먹은 건 그 중에서도 정점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비쌌습니다. 그런데 양도 적었습니다. 아니 이 가격에 이 양이면 안 될 것 같은데 너무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저나 친구분들이나 그렇게까지 많이 먹는 타입이 아니었는데도 약간 부족하다 싶었습니다.
물론 맛있었습니다. 또 먹고 싶긴 합니다. 저는 솔직한 돼지니까요.
하지만 똑같은 가격을 주고 먹으라고 하면 고개를 젓고 싶어지는... 뭐 그런 가격대였습니다.
여행이니까 이만큼 내고 먹은 거라고~!!!!
뭔 여행에 사진이 먹을 것밖에 없나 싶을 정도로 진짜 먹기만 했네요?
하지만 중간에 생략되어 있었을 뿐 이것저것 다른 일도 했습니다.
사격 체험장에서 총도 쏴보고, 소품샵을 있는대로 다 털었습니다.
귀여운 뜨개 소품을 많이 봐서 마음이 따스해졌어요.
신라의 도시는 슬슬 다 즐겼다 싶을 정도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탈탈 털어 함께했습니다. 좋은 추억이 됐어요.
다만 아직 동궁원을 가보지 못한 게 한으로 남네요...
다음에 진혼기를 읽게 되면 그 다음에 다시 가볼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날이 좀 풀린 겨울 여행도 즐거운 것 같아요.
여행 자체는 며칠 전에 다녀와서 일기를 이제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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